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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상담교사의 역할 재구성


이화언어심리연구소 원장 정선화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상담교사의 역할 재구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추어 학교의 교육방법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학교가 많은 영역에서 혁신되어가고 있다. 정제영(2016)은 학교교육 시스템 설계의 방향으로 맞춤형 교육과 교육지원시스템의 테크놀로지 적용을 통한 쌍방향 의사소통을 제안하였다. 이미 이와 관련된 모델로 미국에서는 벨 넬슨이 2014년에 설립한 미네르바스쿨이 있다. 미네르바스쿨은 학교 건물 없이 학생 전원이 세계 도시 속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살아있는 지식을 배우고 적용하는 능력을 배우는 대학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적인 교육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네르바스쿨의 교육이념, 교육목표, 입학요건, 수업방법과 교수들의 역할 및 상담방법 등을 간단하게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 전문상담교사의 역할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미네르바스쿨의 교육이념은 실용적 지식의 습득이다. 교육목표는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개인적 능력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대인관계능력의 증진이다(이혜정 외, 2019). 입학요건은 기존의 많은 대학에서 요구하는 SAT 점수 대신 이러한 교육이념과 교육목표에 부합하는 인재를 찾기 위해 3가지를 작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첫 번째는 중, 고등학교의 성적증명서, 두 번째는 미네르바스쿨에서 준비한 여섯 개의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 세 번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획득한 가장 자랑스러운 성취 4~6개를 적는 것이다(임하영, 2021). 그리고 학생의 입학과 함께 개별 학생에게 여러 영역의 컨설턴트가 붙어 학습 이외의 요소에 방해받지 않도록 컨설팅을 해준다(윤은지, 2018). 수업은 100% 온라인 수업으로 이루어지며 자체 개발한 플랫폼 ‘포럼’으로 학생들의 토론 참여 정도에 따라 아이콘 색깔로 점검하여 어떤 학생도 수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한다. 모든 강의는 녹화가 되고 교수들은 매주 회의를 거치고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수업이 끝나면 학생 개개인별 상세한 피드백을 작성하고 상담을 한다(임하영, 2021). 미네르바스쿨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교육목표와 교육방법으로 하버드 대학보다 들어가기 어렵다고 기사화되기도 하였다(윤석만 외, 2018). 하지만 미네르바스쿨이라고 해도 모든 학생들이 적응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의 강도를 따라가기가 힘들어 전통 학교로 돌아가는 케이스도 매년 있으며(송현, 2019),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진로 고민 등을 도와주는 상담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제공되고 있다(박남기, 2020). 미네르바스쿨의 성공요인은 온라인 수업에 중점을 두면서도 학생과 학생간, 학생과 교수간 관계성에 중심을 둔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 명 한 명의 학생에게 초점을 두고 함께 고민해주는 온·오프라인에서의 미네르바스쿨의 체계는 앞으로 우리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들의 심리상담을 담당하는 학교 전문상담교사들의 역할 재구성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2005년부터 수업을 하지 않고 상담만 하는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되었다는 것은 학교 차원에서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그러나 전문상담교사의 역할이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학교에서는 전문상담교사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송수정(2014)은 전문상담교사가 학교에서 어떤 교사로서 자리매김을 하였는지 알아보기 위해 학생과 교사가 인식한 전문상담교사의 학교상담의 도움요소와 불만족요소를 탐색하였다. 연구 결과, 학생과 교사가 인식한 학교상담의 도움요소의 공통점은 첫 번째는 진로, 직업, 정신건강, 대안학교 등의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정보획득이었고 두 번째는 상담자로서 내담자를 존중하고 내담자에게 눈높이를 맞추어 수용하면서 공감하려는 자세였고 세 번째는 외부기관인 Wee센터, 상담센터, 정신보건센터, 병의원 등의 연계였다. 전문상담교사의 수용과 공감해 주는 부분은 학생과 교사에게 도움이 되는 요소였고 진로 및 직업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좀 더 심화된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에 외부기관으로의 연계도 긍정적인 요소였다. 반면 학생과 교사가 인식한 불만족요소의 공통점은 첫 번째 홍보 부족이었고 두 번째는 상담교사의 전문성 부족이었다(송수정, 2014). 홍보 부족의 문제는 학생과 교사에게 학교상담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전문성 부족은 상담교사가 내담자와 대화의 맥락을 놓치거나 감정에 대해 잘 다루지 못하는 것으로 전문상담교사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서는 두 가지의 불만족 요소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네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전문상담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정기적인 슈퍼비전을 의무화해야 한다. 일반교사와 달리 전문상담교사는 학생들의 미묘한 심리적인 부분을 다루며, 심리변화가 삶의 변화로 일반화되기까지는 끊임없는 전문상담교사의 자기성찰과 노력이 필요하다. 교과수업의 지식습득과는 달리 심리 정서적인 부분은 끊임없는 자기 통찰이 필요한 영역이다. 전문상담교사의 지속적인 자기 자신에 대한 통찰 과정 후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질 때 전문상담교사가 교사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전문상담교사도 교사들이 있는 교무실에 함께 상주해야 한다. 전문상담교사에게 수업을 맡게 하지 않고 상담실이라는 공간을 준 결과 전문상담교사는 담임 교사들과 분리되어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또한 학생과 교사 사이의 역동에 대한 민감함이 저하되었고, 교과 교사들과의 협력은 더욱 어려워졌다. 전문상담 교사의 교무실 상주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함과 더불어 홍보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게 한다. 개별 상담실은 개별 면담이 필요한 경우에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학기 초에 담임교사들이 학생들을 파악하는 기간 동안 상담교사도 모든 학생들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상담교사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리게 되며 상담교사의 전문성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학생 파악은 다시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먼저 개별화 접근으로 상담교사는 학기 초 학생 한 명당 15분 정도로 시간을 배정하여 개별 면담을 진행한다. 이 시간 동안 미리 나누어주어 실시하게 한 TCI(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와 같은 기질 성격 검사와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와 같은 성격유형검사의 결과를 해석해주도록 한다. 이는 학생들이 자기 자신의 이해를 돕는 것으로 앞으로 진로를 찾아가는 것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집단적 역동 파악으로 학생들의 수업시간 태도를 관찰한다. 수업참여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지정된 교사별 공개수업 시간에 상담교사는 의무적으로 참여하여 학생들이 수업시간 동안 보이는 학습태도와 정서적인 부분에 대한 관찰을 하도록 한다. 개별적 만남과 수업시간의 관찰을 통해 심화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을 상담교사가 선제적으로 선별하여 담임교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상담교사는 담임교사 및 교과교사가 바라보는 관점을 종합하여 학생들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넷째, 교사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 진행으로 전문상담교사가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 설정의 교두보로 기능할 수 있다. 수업 외 학생들의 생활지도로 교사들의 소진이 많이 되어가고 있다. 교사들에게도 TCI(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와 같은 기질 성격 검사를 통해 교사들이 자신의 기질과 성격을 알고 그들의 내면을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도 전문상담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들이 자신의 기질 및 성격을 알고 잘 맞는 학생과 잘 맞지 않는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에 상담교사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지지해 줄 때 교사부터 진정한 회복적 학교생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문상담교사가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활동들을 재구성해보았다. 학교에서 지금처럼 전문상담교사가 동떨어진 공간에서 학교폭력이나 위기개입이 필요한 학생들만 상담을 한다면 전문상담 영역은 축소될 것이고 상담 자체가 학생들이 문제가 있다고 하는 낙인으로써 기능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전문상담교사 자신의 성찰과 슈퍼비전을 정례화하고, 둘째 공간 혁신을 통한 학생과 교사의 일상적 역동 관찰로 전문상담교사가 학교 일상에 포섭되어야 하며, 셋째 학기 초 개별면담과 공개수업 참여를 통한 학생과 교사의 수업 역동을 관찰함으로써 적절한 조언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사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 참여를 통해 전문상담교사가 교사간 역동을 관찰함으로써 교사에 대한 조력자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함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학교 공동체의 주요 문제에 대해 선제적이고 능동적 대응이 가능한 전문가로서 전문상담교사의 역량과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네르바스쿨의 성공요인은 온라인 수업 속에서 학생간, 학생과 교수간 관계성에 중심을 둔 교육이다. 우리 나라 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무엇보다 전문상담교사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중요하며, 전문상담교사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학교 변화의 적극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박남기(2020). [칼럼] 미네르바 스쿨은 온라인 대학인가, 오프라인 대학인가. 에듀인뉴스.(5월 28일).

송수정(2014). 학생, 학부모, 교사가 인식한 학교상담의 도움요소와 불만족요소 탐색. 이화여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송현(2019). 미네르바스쿨 “ 올해 첫 졸업생 질로, 아이비리그보다 성과”. 조선비즈. (5월 11일).

이혜정 · 임상훈 · 강수민(2019).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교육 혁신 방안 탐색: 미네르바스쿨 사례를 중심으로. 평생학습사회, 15(2), 59-84.

임하영(2021). [임하영 칼럼] 하버드 입학보다 어렵다는 ‘미네르바 스쿨’ 다녀보니(상). 피렌체의 식탁. (1월 29일).

https://firenzedt.com/14006

윤석만 · 남윤서 · 전민희(2018). 하버드보다 입학 어려운 新대학 미네르바 스쿨 가보니. 중앙일보. (1월 12일).

윤은지(2018). 세계 대학교육의 도전적 미래 ‘미네르바스쿨’. 베리타스알파. (4월 9일).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812

정제영(2016). 지능정보사회에 대비한 학교교육 시스템 재설계 연구. 교육행정학연구, 34(4), 4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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